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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워할 수 있어서 행복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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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 |
등록일 | 2000.02.01 |
여보! 나 왔어. 원래는 어제 와야 했는데, 자기도 알지만 폭우가 오는 바람에 길이 끊겼잖아. 지난 주에 왔을 때 당신에게 드리는 꽃다발이 무참하게 치워지는 걸 보고 가슴이 너무나 옥죄어왔어. 나, 집에 꽃을 꽂을 때에도, 새로 갈 때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 버려지는 꽃 때문에. 그래도 지금 여기 있는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건 당신 앞에서 시들지 않은 꽃을 바치는 것뿐인 걸 언제나 당신에게 바라지. 당신을 아주 가끔씩이라도 느끼게만 해달라고. 당신은 무엇이나 알거야. 나의 움직임, 마음, 생각, 그리고 서러워하는 눈물도, 영원히 언제까지나 기다린다는 내 눈물도. 기다림으로 시작된 당신과의 만남이 이렇게도 끝도 없는 기다림이 될 줄은 몰랐어. 이 긴 기다림 속에서 아주 조금만 당신을 느낀다면 나는 행복하겠지. 그래도 서러워할 수 있어서 행복해. 기다림이 있어서 행복해. 난 슬퍼도 행복하고 그리워도 행복해 당신이 있으니까. 날씨가 좋아서 슬퍼. 당신이 생각나니까. 그래서 또 하늘 바라보며 행복해. 비가 와도 안개가 내려도. 당신으로 하여금 알지 모를 내 모든 순간의 시간들, 모든 영원히 속박되길 스스로 간절히 바라거든. 숨쉬는 순간마다 당신의 깊은 한숨이 내게로 되내어지곤 해. 정말로 순수한 당신의 세계 속으로 내 앞과 뒤의 신이 영원을 주시는 것야. 당신의 생각이 내게 느껴질거야. 너무도 슬펐는데 이젠 그 슬픔이 행복한 걸. 지금도 내 옆에 있는 걸 느껴. 오늘도 당신과 키스하고파서 왔어. 그럴 수 있어서 행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