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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빈 자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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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 |
등록일 | 2000.02.01 |
아빠, 나 수정이야. 벌써 두 달이야. 아빠의 빈 자리를 느낀 지도. 오늘은 암두 모르게 왔어. 혼자서. 아빠, 나 방향치구 길눈 어두운 거 알지? 무지 힘들게 왔어. 큰 맘 먹고서 말야. 여기 온 거 엄마두 몰라. 아빠, 나 힘들어. 알고 있겠지만. 엄마가 울고, 뭐든지 아빠 없는거랑 연관시키는 것두 힘들고. 금전적으로 집이 힘들어지는 것도 힘들고-. 그리고 아빠하고 나는 추억 많잖아. 우리 둘이만 야구장 다니고, 용돈도 몰래 주고, 그리고 아빠랑 나는 밤참 너무 좋아하잖아. 고3때 오징어 튀김이랑 만두를 아빠가 밤에 들어올 때 사와서 우리 둘이 맛있게 먹었던 거 기억나지? 엄마가 콩밥하면 아빠랑 나랑 콩 싫어해서 막 뭐라 그랬던 거, 어렸을 때 아빠랑 같이 목욕했던 일. 아빠가 집에서 했던 냉면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르지? 오뎅두… 엄마가 아빠보다 음식 못하잖아… 아빠 장례식 때 어른들이 밤 새신다고 고스톱 치시는데 화투를 보니 얼마나 눈물이 나오던지… 아빠가 화투 치자고 했잖아. 일부러 나 용돈 주려고 져주기도 하고, 아빠랑 나랑 편 먹고 엄마 돈 따서 나 주고 용돈하라고 하고. 나 아빠가 엄마 오빠보다 나 좋아했던 거 알아. '아빠랑 나'만이 존재했던 그 공간, 시간들… 나 절대 안 잊어. 영화 '자귀모'를 봤는데 나 많이 울었어. 극장에서 딴 사람들은 웃는데. 왜 아빠 때랑 상황이 그리도 비슷한 거야? 영화 보는 내내 울었어. 아빠, 죽으면 잊어? 아니지? 아빠, 나 잊으면 안돼. 알았지? 수정이 절대로 잊으면 안돼. 나한테 "넌 남자 친구, 애인 없냐?"라고 많이 그랬었지? 스무살인 나…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생기면 같이 올께. 아빠, 사고 전 며칠 동안 말도 안 듣고 무지 짜증냈던 거 정말 미안해. 진심이 아니라는 거 알아? 그것 땜에 입관 전에 얼마나 울었는지 알지? 통신 프로필에 아빠 얘기 많이 써. 오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쉬고 싶어서 왔어… 감기 기운 있어서 몸 힘들고, 나 등산(아빠 닮아서) 무지 싫어하지만 (거의 등산 코스더라) 아빠 보고 싶어 온 거야. 아빠가 젤루 좋아하고 아빠랑 외모 성격 모든 것 빼닮은 딸, 역시 딸 밖에 없지? 그리고 아빠, 나 엄마가 빈 말이라도 재혼이니, 그런 얘기 꺼내는 거 싫어. 나한테 아빠는 아빠 딱 한명 뿐이야. 그거 알지? 그리고 내가 젤루 후회되는 건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 못한거랑 같이 스티커 사진 못 찍어본 거! 아빠, 성당에서 천국가시라고 많이 기도할께. 또 올께. 추신 : 다음 번엔 아빠를 위해 쓴 글 가지고 올께. 내 결혼식 때 손 잡고 들어갈 아빠가 없지만 자꾸 울지 않고 끗끗하고 당당하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아빠 딸 될께. 아빠, 나 내년에 성년식이야. 아빠는 환갑이실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