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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내용
아빠, 많이 보고 싶었어.
작성자 박**
등록일 2000.02.01
아빠, 많이 보고 싶었어. 아마 내가 그 동안 살아왔었던, 아니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을 모두 포함해도 올해가 가장 가슴 아픈 해가 될거야.
막내면서 애교 한 번 부리지 못하고 아빠 미워하고, 한 번도 아빠 입장에
서보지 않았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할 말을 잃어. 가장 아빠랑 하고
싶었던 게 아빠하고 이런저런 얘기해 가면서 소주 한 잔 함께 마셔보는
거야. 아빠, 마음으로는 더 열심히 살아야지, 꼭 성공해서 먼 훗날
아빠한테 칭찬 받아야지 하면서도 문득문득 약해지고 그래. 아빠가
웃으면서 얘기해 줬던 작은 것들이 자꾸만 내 곁에서 맴돌아,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는 걸 내 눈으로 보았으면서도, 아니야 지금 집에
가면 아빠가 TV 보고 있을 거야. 이건 꿈이야, 아빠한테 잘 하라고 철 좀
들라고 악몽을 꾸는거야. 하면서도 아빠한테 미안해. '아빠가
있었으면 …'하면서 목이 메어.
아빠, 아빠는 정말 훌륭해. 아빠는 너무 강하고 너무 자상했어. 마지막
가시는 모습… 너무나 완벽하게 깔끔해서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플 정도로
그렇게 가셨어.
아빠, 내가 정말로 아빠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뭔 줄 알아? 아빠를
정말 사랑한다고… 정말 너무나 가슴 아프토록 사랑한다고, 그래서 더
미안하다고, 한 번도 이런말 하지 못하고 그렇게 보내드려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아빠, 다음에 올 때는 아빠가 좋아하는 돼지머리 꼭 싸들고 올께.
아빠, 내 꿈에 좀 나타나 줘. 너무 보고 싶단 말야.
좋은 모습으로 잘 계셔야 돼.
거기서는 더 이상 물 말아서 드시지 말고 아빠가 좋아하는 반찬
많이많이 드시고 계셔야 돼.
아빠, 난 더 있고 싶은데 가자고 난리야. 성격이 급해서 그런가봐.
아빠, 나 혼자 올 때는 아주 오래오래 아빠 만나고 갈께.
아빠, 사랑해. 잘 계시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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