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어린이대공원] 반세기간 한자리를 지킨 건축물을 산책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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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울이야기꾼 | 조회수 | 6633 |
등록 부서 | 홍보마케팅실 | ||
등록일 | 2015/11/09 11:29 | ||
반세기간 한자리를 지킨 건축물을 산책하다 서울어린이대공원 꿈마루
박창현의 건축 공감 글 박창현 사진제공 박창현, 서울시설공단
서울 광진구에 자리한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공간이다. 지금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위치한 자리는 본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비 순명효황후 민 씨의 능을 모신 곳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던 1926년, 순명효황후의 능이 이장되고 일본인 관리와 사업가들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이 골프장은 소수의 이용자들에게만 개방되었는데, 1970년에 이르러 골프장 이전이 결정되고, 이 자리에 어린이들을 위한 대공원이 조성되었다. 그것이 지금의 서울어린이대공원이다. 긴 시간 동안 여러 번 모습을 바꾼 서울어린이대공원의 터전은, 그 역사적 배경과 다양한 변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런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자리한 특별한 건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건물은 바로 공원이 조성되기 전, 우리나라 최초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로 쓰인 ‘서울 컨트리 클럽하우스’다. 공원이 생긴 뒤에는 공원 건물로 오래 쓰인 이 건물은 2011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꿈마루’라는 이름을 얻었다. 처음 지었을 당시의 뼈대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새것과의 조화를 강조한 리노베이션을 꾀했다.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물리적 매개로서 잘 보존된 건축물이자, 요즘 시대에 맞는 기능과 감각 또한 갖춘 공간으로서 ‘재생’의 의미가 잘 담겨 있는 ‘꿈마루’를 소개한다.
* 클럽하우스: 골프를 치러 온 사람들이 식사, 탈의, 목욕, 휴식 등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골프장 내 시설물.
‘재생’의 의미를 덧붙여 리노베이션한 오래된 건축물
일제강점기의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꿈마루’로 재생시킨 건축가는 소마미술관, 선유도공원 등을 설계한 건축가 *조성룡이다. 많은 이들이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은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지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래된 건축물들을 모두 허물고 새로 짓는다면, 앞으로 오래된 건축물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꿈마루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방문자센터다. 이 건물은 45년 전, 우리나라 건축계의 1세대 건축가인 *나상진에 의해 설계된 골프장 클럽하우스였다. 수평성을 강조한 과감한 콘크리트 건축물인 이 건물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이 들어선 뒤 공원 건물로 상당 기간 사용되다가 2011년 조성룡의 손길을 거쳐 옛 기억과 현대적인 기능을 두루 갖춘 새로운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요즘 시대에 봐도 구조가 세련되고, 콘크리트 재료 특유의 멋이 깃들어 있어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주요 건물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건축가 조성룡은 이 건축물에 대해 설명할 때 ‘리노베이션’이라는 표현과 함께 ‘재생’이라는 단어를 쓴다. ‘재생’이라는 말을 의식해서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리노베이션이란 말에는 단순히 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고친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는 반면, 재생이라는 단어에는 오래된 건축물에 새로운 가치를 덧붙인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재생’ 작업을 할 때는 건축물이 친환경적인지, 건축물이 이야기와 역사를 잘 존중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작업을 마친 건축물은 그동안 그 공간을 사용했던 많은 사람들의 기억, 시간의 켜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더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런 ‘재생’ 과정을 거친 꿈마루 건물을 직접 방문했다. 얼핏 보면 꿈마루는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았다. 새롭게 페인트칠을 한 것도 아니고, 낙서나 훼손된 부분도 많이 눈에 보였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들이 신기하게도 그리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마치 늘 우리 곁에 있었던 건축물의 오랜 삶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꿈마루는 각 층마다 기능적으로 쓰이며 유용한 방문자센터로 활약하고 있었다. 1층에는 로비와 상황실이 있고, 2층에는 관리 사무실과 피크닉 정원이 있었다. 꼭대기인 3층에는 다목적 홀과 북 카페가 자리 잡고 있는데, 과거보다 훨씬 기능적인 구성으로 탈바꿈한 모습이었다. 1층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경사로가 식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었다. 오래전에는 입구로 쓰였을 경사로를 작은 잔디밭처럼 만들어 시간을 품은 유물로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68년에 이 건축물이 처음 지어졌을 당시, 이 경사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닐었을지 생각해보니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간 듯한 기분이 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자세히 들여다봤다. 옛 계단에 새로운 난간을 덧붙인 모습이었다. 과거 계단에 쓰인 재료와 새 난간에 쓰인 재료가 동질성을 갖고 있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었다. 2층에 올라가니 거의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실내 벽이 서 있었다. 야외로 연결되는 입구는 철 소재의 커다란 프레임으로 꾸며져 공간을 분할하고 있었다.
프레임의 소재 역시 오래돼 보이는 철이어서 건물의 어느 부분이 과거부터 남아 있던 것인지, 또 어느 부분이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과연 새것이란 게 이전의 것보다 무조건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간이 지나 얼굴이 바뀌어도 우리 곁을 지키는 공간
꿈마루 2층과 연결된 외부 피크닉 정원은 내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기둥과 보가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아마도 사무실 등으로 쓰인 내부 공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야외 테이블 주위를 식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피크닉 장소로 그 모습이 퍽 이색적이었다. 시간이 가져다준 변화에 모두들 자연스럽게 이끌려 어린이대공원을 방문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새로운 공간을 즐기며 사용하고 있었다. 3층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 앉으니 주변의 녹음과 함께 저 멀리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음료를 앞에 놓고 잠시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겼다. 그곳에 앉아 바라다보는 사방의 풍경은 다채로웠고,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그 공간의 분위기도 바뀌곤 했다. 건축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다 보니 과거에는 천장 속에 감춰져 있었을 콘크리트 요철이 리노베이션으로 천장이 없어지면서 그대로 노출돼 보이는 곳도 있었다. 45년여 전 첫 공사에 참여했던 인부들이 남겼을 현장의 치수 표기들도 눈에 들어왔다.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한동안 가려져 있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온 그런 면면들이 서로 어울리며 지금의 건축물을 이루고 있었다. 현재의 사람들은 그런 꿈마루를 오가며 과거와는 다른 용도로 이 건축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지금’의 꿈마루를 살펴보며 나는 그곳에 쌓인 시간의 켜를 천천히 헤아려보았다. 누군가는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건물이지만, 한번쯤은 꿈마루에 가만히 서서 건축물의 역사를 느껴보면 어떨까. 가족, 연인, 아이들과 동물원이나 식물원에 가는 것도 즐거울 테지만, 하루 정도 꿈마루만을 오롯이 느껴보는 탐방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 같다.
* 나상진(1923~1973) : 1952년 서울 명동에 독자적인 설계 사무소를 개설하고 <그랜드호텔>, <대한교과서>, 대구 <파티마병원> 등의 설계를 맡았다. 이후 <새나라자동차 부평공장>, <경기도청사> 등의 대규모 건축물들을 설계하며 급성장했다. 1967년 <정부종합청사> 현상 설계 공모에서 가작 입선했으나 정부와의 용역 협상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아 건축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빈관 의장 설계>, <서울컨트리클럽하우스>, <제일은행 인천지점>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우리 근현대 과도기 건축가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 조성룡(1944~ ) : 인하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1975년 ‘우원건축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설계 작업을 시작했다. 1995년 ‘조성룡도시건축’을 세우면서 작업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선유도공원>, <의재미술관>, <이응노의 집> 등을 설계했고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건축가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 위치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16 완공 2011년 www.childrenpark.or.kr
필자 소개 박창현 <SKMS 연구소>로 제32회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고, 2013년 ‘에이라운드건축’을 설립하여<미얀마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 공원>, <아틀리에 나무생각>등을 설계하였다. <조은사랑채>로 2014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고, 2015년에는 제주 <무진도원>으로 김수근 프리뷰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 <무진도원>,<홍은동주택> 등의 설계와 함께 <한국젊은 건축가 인터뷰> 리서치 작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경기대와 고려대 건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www.aroundarchitects.com
* 본 콘텐츠는 건강한 삶,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해피투데이] 매거진에서 제공되었습니다. 해피투데이 매거진 2015.11 Vol.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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