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청계천을 걷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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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시완 | 조회수 | 2604 |
등록 부서 | 최시완 | ||
등록일 | 2011/10/22 00:00 | ||
다른 나라의 수도보다 서울의 녹지율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북한산, 인왕산 같은 거대한 녹지들이 도심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녹지들은 많지 않습니다. 평범한 복장으로 산책이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원들은 서울 인구수에 비하면 적습니다. 빌딩이 가득 들어서 있고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드나드는 종로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청계천은 도시의 활력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 해 주는 청계천은 이제는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청계천을 지나갑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면서, 손을 꼭 잡고, 혹은 씩씩하게. 이 사람들에게도 청계천에 대한 기억이 하나씩 생기겠지요. 청계천은 저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여름에 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과 물에 발을 담그며 막연한 미래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깔깔거렸고, 대학교에 입학하고는 남자친구와 여름밤에 산책을 했던 곳 이었습니다. 청계천을 끝까지 걸어보았던 것도 이 날이 처음 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득 걸으면서 ‘나는 시간 위를 걷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흐르던 모습과는 다르겠지만, 청계천에 계속 이 자리에 있었던 것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청계천의 옛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사람들이 빨래를 하고 있고, 아이들이 첨벙거리는 풍경. 예전에 고가가 덮고 있던 곳이라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청계천을 복개한 채로 두었다면, 아무도 이런 느낌은 느끼지도 못한 채 그 위에는 자동차들이 어지럽게 다니고 있었겠지요. 5.8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그 길을 청계천과 걸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인공으로 끌어올려 흘려보내는 물이지만 우리 가까이에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헤엄치고, 오리들이 놀고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자연이라고 믿는 아이들이 있을 것 같아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만들어 놓고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오물들이 떠다니고, 쓰레기로 인해 더럽혀진 개울이겠지요.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수고로 인해 처음 개장했을 때나 지금이나 늘 깨끗한 모습인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한국전통문화학교 20090219 최시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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